2012. 5. 7. 21:54ㆍ전라
무등산 높은 봉에 바람이 불면
말하라 금남로여 여기 젊은 이 사람들
말하라 금남로여 너만은 알리라
자유 위해 쓰러져간 그 때 그 자리 그 사람들
2012년 5월 6일 일요일.
광주호를 옆에 끼고 무등산으로 들어간다. 봄을 담아내는 호수가 참으로 깨끗하다. 삐죽삐죽 돋아나는 새잎이 깨끗하고, 막 피어나는 꽃잎이 깨끗하고, 맑은 공기가 비질을 하고 있으니 온 산이 깨끗하다. 그렇게 깨끗한 산에 안겨 깨끗한 산을 담아내는 물빛이 참으로 맑고 시원하고 깨끗하다. 물은 실가지에 새잎을 피운 버드나무 그림자를 적시고, 흰 구름도 띄운 채 말이 없다.
민중가요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마음이 가볍게 설렌다. 고등학교 동창 권영국이 5․18묘역에 묻힌 지 3년, 그 전부터 무등산과 5․18을 꼭 같이 떠올리는 버릇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함부로 말할 것인가.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토하는 나날을 살았을까.
잠깐 동안에 꼬막재에 오르고 나니 산허리를 돌아 이어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오르내리막이 거의 없는 길을 휘적휘적 걷는다. 노랑매미꽃이 보이고 제비꽃이 보이고 양지꽃도 보인다. 온 산엔 물감 번지듯 퍼지는 연둣빛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기가 막히게 절경을 이루는 바위[규봉]를 등지고 들어앉은 절집-규봉암과 그 유명한 무등산 너덜[지공너덜]을 지나 장불재에 오르니 서석대와 입석대가 코앞이다.
서석대와 입석대는 천연기념물 제465호. 듣던 대로, 생각하던 대로 기묘한 바위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찍고 또 찍는다. 서석대 정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광주시내, 아까 첫걸음을 떼었던 광주호, 남쪽으로 화순군 지역 등등 둘러보고 바라보며 산 위에 오른 기분을 한껏 누리다가 다시 장불재로 내려와 백마능선으로 길을 잡아 안양산으로 간다.
백마능선 철쭉은 아직 때가 이르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볼만하다. 꼬막재에서 장불재로 오는 동안 이따금 나타나던 철쭉은 키가 크고 꽃잎도 옅은 빛깔이었는데, 여기 철쭉들은 그리 크지가 않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며, 진하게 빨간 꽃잎들은 요염하기까지 하다.
너른 산 품에 안겨 맑은 공기에 흠뻑 젖어 보는 것도, 기기묘묘한 바위를 바라보는 것도, 빨간 철쭉꽃 바다에 푹 빠져보는 것도 그 순간순간 신선이 아니고 무엇이랴.
* 광주호-무등산장-꼬막재-규봉암-장불재-입석대-서석대-장불재-백마능선-안양산-둔병재/충주산과산/유병귀 최광옥 신종선 임성규 이호태/
예성강
김원중
예성강 푸른 물에 물새가 울면
말하라 강물이여 여기 젊은 이 사람들
말하라 강물이여 너만은 알리라
겨레 위해 쓰러져간 그 때 그 자리 그 사람들
무등산 높은 봉에 바람이 불면
말하라 금남로여 여기 젊은 이 사람들
말하라 금남로여 너 만은 알리라
자유 위해 쓰러져간 그 때 그 자리 그 사람들
말하라 금남로여 너만은 알리라
민주 위해 쓰러져간 그 때 그 자리 그 사람들
통일 위해 쓰러져간 그 때 그 자리 그 사람들
* 예성강 :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과 청풍면 사이를 흐르는 강
* 무등산 :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화순군 이서면과의 경계에 있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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