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해변[2012전국어울림마라톤대회]

2012. 11. 4. 21:51마라톤

일단 길을 나서면 가슴부터 설렌다.

이어, 즐거운 마음에 자신감이 생긴다.

 

그렇게 부푸는 가슴을 안고 안면도 꽂지해변으로 간다.

문화체육장관배 2012 충청남도 전국어울림마라톤대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벌이는 잔치마당이다.

 

좀 일찍 도착하여 바다를 보면서 여유를 부려본다.

꽃지해변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훨씬 전에 와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썰물로 드러난 바위에 붙은 조그만 굴을 쪼아 짭조름한 맛을 보던 일.

이태 전에 대학을 졸업한 희제가 초등학교 3~4학년쯤이었을 때 함께 왔었다.

 

파도소리에 흩어지는 햇볕이 한적하기만 하던 곳에 관광객들이 붐비고 있다.

상전벽해라고 하나?

번듯번듯한 건물들과 요란한 간판들, 잘 포장된 도로와 주차장과 광장‥‥‥.

 

11월 4일,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간다는 예보에 어울리게 끄무레하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포근한 날씨, 가볍게 몸을 푼다.

성한 사람들과 함께 양 팔이 없는 사람, 양 다리가 잘린 사람들도 분주하다.

어느 대학 학군단이 단체로 준비운동을 하고, 외국인 교환학생들도 한 무리를 이루고 있다.

 

길은 바닷가로 이어진다.

5Km 참가자가 5,000이 넘는다고 하는데, 하프코스는 한산하기만 하다.

반환점을 돌면서 달리는 사람들을 헤아려 봤더니 대략 여든다섯 명 정도.

그런대로 조촐한 멋이 있다.

온다던 비는 13Km쯤에서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을 타고 풍기는 흙냄새에 코를 벌름거린다.

가을비는 장인 나룻 밑에서도 긋는다더니 그저 땀을 좀 흘린 정도로만 몸을 적신다.

18Km 이후부터 힘을 닥닥 긁어모아 달렸다.

요즘 운동량이 부족한 탓이지만 골인 후 곧바로 거뜬해지면서 좋아지는 기분.

바로 이 기분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을비 내리는 마당에서 잔치국수.

그윽한 국물 맛에 마냥 흡족한 마음.

아마도 2012년 마지막 참가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