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씻어내는 일[제5회CBS희망마라톤대회]

2013. 5. 5. 16:14마라톤

매화도 지고 개나리도 지고 진달래도 벚꽃도 지고.

여기저기 연기처럼 번지던 산벚나무 하얀 기운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봄 날씨의 변덕스런 시새움도 오월을 여는 하늘에 밀려나고

연분홍 복사꽃이 가물가물하고

사과나무 꽃은  아기초록 잎사귀에 섞여서 하얀 바람을 일으키고

어제까지만 해도 삐쭉삐쭉하던 나뭇잎들은 제법 넓어져 푸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 5월 4일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

물과 잔디와 연초록 나뭇잎과 바람과 맑은 하늘과 해맑은 햇빛과 나들이 나온 사람들.

물 위에서 열심히 노를 저으며 훈련을 거듭하고 있는 선수들.

조정경기장을 두 겹으로 두 번 왕복하여 돌고 돌았다.

제5회 CBS희망마라톤대회 하프코스.

 

3월 3일 하동마라톤 이후 꼭 두 달.

무릎 관절에 안 좋으니 그만 하라는 잔소리들과 그런 소리에 솔깃하여 게을러지는 마음으로 꽤나 망설이다가 일단 나가 보자고 나섰다. 나서보니 역시나, 이 얼마나 좋은가.

 

이건 경쟁이 아니다. 운동이라기보다는 휴식이고, 몸과 마음에 끼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때를 씻어내는 일이다. 세상살이에서 티끌처럼 쌓이는 고단함과 번거로움의 찌꺼기들을 쏙쏙 빼내버리는 일이다. 지친 몸과 흐려진 마음을 말끔하게 세탁하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활기를 얻는 일이다.

 

좀 망설였지만,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망설이고 머뭇거리면서 쌓였던 먼지들을 탁탁 털어내면서 달렸다. 서두르는 일 없이 그저 내 발자국을 밟았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씻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해서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막걸리 한잔 주~욱 들이키면서 먼 하늘을 지그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