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품에[샤모니-라 플레제르-샤모니]
2014. 8. 7. 09:25ㆍ몽블랑
(7월 25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산으로 들어간다. 손가락 끝 바위봉우리들은 하얀 눈에 덮여 있지만 여기 산길은 나뭇잎 우거진 숲에 싸이고, 쨍쨍한 햇볕은 초가을 볕처럼 따갑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 주고,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빽빽하게 늘어선 독일가문비 나무들도 잣나무들도 은사시나무들도 낯이 설지 않고, 이름을 알 듯 모를 듯한 들꽃들이나 그 밖에 여러 초목들도 모두가 한국 여기저기에서 어렵지 않게 보아오던 것들이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 밑동들을 그대로 세워둔 채 장승 모양으로 조각하여 놓은 것들이 눈길을 끈다. 여기 사람들의 일상화된 예술 감각으로 보인다. 라 플레제르 전망대에서 기가 막힌 경치에 넋을 맡겨 두고 기똥찬 생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잠재운다. 3년 넘게 기다려온 알프스의 품에 이렇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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