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7. 21:48ㆍ몽블랑
7월 27일.
해발 2400미터가 넘는 산장에서 눈을 떴다.
산꼭대기 알프스의 아침 공기가 하늘빛처럼 맑고 신선하다.
발밑에선 뭇 야생화가 끝 모를 밭을 이루고
하늘 저쪽 바위봉우리엔 하얀 눈이 아침 햇빛을 눈부시게 받아내고 있다.
가파른 길은 이내 두텁게 쌓인 눈밭으로 올라간다.
싸늘한 아침 공기 속에서 단단하고 미끄럽던 눈밭은
떠오르는 햇볕을 받으면서 점차 부드럽게 밟힌다.
해발 2600이 넘는 고개를 이렇게 넘었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에 또다시 펼쳐지는 야생화들.
알프스의 야생화는 한도 끝도 없다.
들꽃들이 점점이 번지는 푸른 초원이 끝도 없이 너울거린다.
저 멀리서 소들이 게으른 동작으로 풀을 뜯고 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알프스의 목장이다.
그런데 저 너른 언덕에서 소를 치고 양을 치는 목동들의 생활도
우리가 바라보는 것처럼 평화로운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로지 순박하기만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정말로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고단하지만 순박한 영혼들이 저 푸른 언덕처럼,
저 푸른 하늘, 저 하얀 구름처럼 한없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이번엔 산골짝 작은 마을.
개울가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가파른 길을 느긋한 걸음으로 오른다.
두어 시간 그렇게 올라선 고갯마루에 표지석이 하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 표시이다.
나라 이름은 바뀌어도 알프스의 평화로운 풍경은 그대로이다.
어제 본호메 고개를 넘으면서 간간이 들리던 마못쥐[marmot]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기 바위 위에 마못 한 마리가 다람쥐처럼 서 있다가 잽싸게 달아난다.
또 하나의 평화로움이다.
꼬박 10시간. 산꼭대기 산장에서 일어나 만년설을 밟으며 고개를 넘고 한참을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산덩이를 쉬엄쉬엄 돌아올라 국경을 넘었다. 가파른 길에 이어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가에 호수도 있었고 포장도로도 있었다. 아주 작은 성당이 있는 마을에서 버스를 탔다. 이탈리아 땅 작은 소읍 꾸르마이어에서 하룻밤을 쉬어 간다. 피자의 나라요 스파게티의 나라에 왔으니 저녁 메뉴는 둘 중 하나씩을 고른다. 와인 한잔 곁들이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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