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스프 한 그릇[엘레나-샴페]
2014. 8. 7. 22:03ㆍ몽블랑
7월 29일 아침 9시.
밤새워 내리던 비가 막 그친다.
급한 오르막을 느긋한 걸음으로 올라간다.
스위스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넘어왔다.
이번엔 급한 내리막을 느긋하게 미끄러진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 내려온 곳에 목장 겸 쉼터가 있다.
스위스 땅에 왔으니 스위스 맥주 한잔
그리고 또 걷는다.
해발 높이 1,000미터가 넘을 것이지만 산 아래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이다.
작은 성당이 있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여기서 버스를 기다린다.
또 비가 내린다.
라폴리 버스정류장.
비에 젖어 좀 춥고 배도 고프다.
식당에 들러 스프를 한 그릇씩 시켜 놓고 도시락을 꺼낸다.
이번엔 와인이나 맥주 대신 위스키 한 잔.
비는 그칠 기색이 없다.
에라, 이럴 때도 있어야지 하면서 다시 버스를 탄다.
두어 시간 남짓 남은 길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리하여 일찍이 도착한 샴페는 산중 호수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요 며칠 늘 그랬듯이 비가 그치자마자 햇빛이 나고 온 천지가 맑아진다.
빨래도 하고, 호수도 한 바퀴 돌아보고 마트에 들러 와인도 한 병 사고 저녁때를 기다린다.
반주 삼아 곁들이고 초저녁에 또 한 자리하는 와인 한잔 맥주 한잔이 여간한 즐거움이 아니다.
최 선생님이 보드카 한 병을 꺼낸다.
아까 마트에서 와인과 함께 산 것이다.
피로회복제.ㅎㅎ.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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