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7. 22:15ㆍ몽블랑
작은 호수가 맑은 산과 푸른 하늘을 담아내고 있는 산 속 작은 마을 샴페.
등산용품점 하나 슈퍼마켓 하나 작은 카페 몇.
그리고 우리처럼 알프스를 찾는 사람들이 묵어 갈 산장 몇이 들어선 아주 작은 마을이다.
하얀 눈을 인 바위봉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다.
7월 30일.
아홉 시 좀 넘어서 길을 나선다.
느긋한 오르막 다음에 느긋한 내리막.
늙은 일꾼 둘이서 커다란 통나무를 두고 낑낑거린다.
도끼가 아닌 기계로 겨울에 쓸 장작을 쪼개고 있는 것이다.
한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알프스의 한 골짜기를 이렇게 지나간다.
목장을 가로지르기도 하다가 급한 오르막을 두어 시간.
산꼭대기쯤에 있는 목장 겸 쉼터에서 맥주 한잔 시켜 놓고 도시락을 푼다.
흰 구름이 흐르는 사이로 산 아래 세상이 내려다보인다.
여기가 천국이 아니고 어디일꼬. 신선이 아니고 무엇일꼬.
다시 느긋하게 구부러지는 내리막.
또 비가 뿌린다.
알프스의 비는 쨍쨍하던 하늘에 갑자기 찾아와서 정겹게 추적이다가
어느새 사리지곤 한다.
가끔은 천둥 번개를 데려오기도 하지만
그 소리 또한 동화 속에서처럼 천진스레 울린다.
비옷을 입은 채 내려선 고갯마루에 휴게소가 있다.
천등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하는 노랫가락이라도 들려오는 것만 같은 분위기다.
이 고개를 넘어 자동차들은 프랑스와 스위스를 오고간다.
가게 처마 밑 의자에 앉아 자잘한 빗줄기를 바라보며 맥주 한잔 하고 간다.
급한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선 마을 이름은 트리엔.
18Km쯤 되는 거리를 7시간 정도 걸었다.
올라간 해발고도가 900미터에 내려선 게 1,100미터.
작은 마을엔 작은 성당이 있고 구멍가게가 하나 있고 산장이 두엇 보인다.
저녁나절 마을길에 평화로움이 흐른다.
구멍가게에 들러 맥주 한 잔씩 한다.
산 속 마을 사람들의 일용할 양식으로 빵을 굽고
훈제 고기, 치즈, 음료수, 과자 등을 갖춘 조용한 산골 구멍가게.
마늘, 감자, 양파, 당근 등 눈 익은 채소들도 보인다.
생삼겹 대용으로 훈제 삼겹살 한 덩이를 썰었다.
저녁 식사 후 산장에 딸린 뜰에서 소주 한잔씩 한다.
그런대로 ‘삼겹살에 소주 한잔’ 시늉이 된다.
또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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