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 같았던[트리엔-샤모니]

2014. 8. 7. 22:29몽블랑

 

731.

깊고 좁은 산골짝 아주 작은 마을에서 이른 아침에 걸음을 뗀다.

선선하고 상쾌하다.

두어 시간 가파르게 오르는 길.

하늘을 향해 죽죽 솟으며 들어선 낙엽송들은 모두가 몇 아름씩 될 것이다.

숨을 몰아쉬며 사부작사부작 올라간다.

나무들 키가 작아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자취가 없어지고

너른 초원에 짙은 안개가 거센 바람결을 타고 몰려다닌다.

노랑 빨강 자주 하양 ‥‥‥.

갖가지 꽃들도 안개에 젖는다.

벽이고 지붕이고 큼직큼직한 돌들로 되어 있는 반 지하 건축물도 안개에 젖는다.

예전에 군 막사였다던가, 식량 저장고였다던가.

지금은 대피소로 쓰이고 있단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한겨울 비상시에 요긴할 게 분명해 보인다.

 

곧이어 올라선 고갯마루에 국경 표지석이 있다.

스위스 땅에서 프랑스 땅으로 넘어선다.

 이번엔 가파른 내리막이다.

수목 한계선을 넘어선 곳에서 너울거리는 푸른 초원을 지그재그로 내려온다.

저만치 골짜기에 나타나는 큼직한 작은 마을.

샤모니 몽블랑이다.

이 산 밑에서 버스를 타고 갈 것이다.

 

!!!

산 밑에 왔다.

우선 생맥주 한 잔씩 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씩 감회를 푼다.

목이 잠기기도 하고 눈물을 씻기도 한다.

덩달아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꼭 한 주일 동안 봉불랑 산(4,807)을 가운데 두고 크게 한 바퀴 돌아왔다.

179Km 되는 뚜르 뒤 몽불랑을 요약해서 걸어 본 것이다.

7일 동안 89Km를 걸었다.

 

꿈에 그리던 알프스.

더 없이 푸른 하늘

더 없이 하얀 구름

더 없이 맑은 공기

더 없이 깨끗한 햇빛.

푸른 하늘 흰 구름과 어우러져 멋을 부리는 바위 봉우리와 하얀 눈

빙하가 흐르는 골짜기들.

평화로움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목장 풍경.

한도 끝도 없이 너울거리는 푸른 초원에

할 말을 잃게 하는 야생화들.

비가 그친 다음 졸졸 흐르는 도랑물의 더 없이 맑은 소리까지.

꿈결 같았던 알프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