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잔으로[꾸르마이어-엘레나산장]

2014. 8. 7. 21:56몽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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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다.

꾸르마이어 작은 마을을 벗어나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

낙엽송 그윽한 그늘이 가파른 길에서 여유를 갖게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올라선 휴게소에서 생맥주 한잔.

저 아래 좁디좁은 골짜기에 꾸르마이어 시가가 내려다보인다.

그 너머 멀리에는 하얀 뭉게구름 피어나는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눈을 인 바위산.

쉼터 뒤 언덕에 오르니 외줄기 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길가엔 야생화들

건너편 바위산엔 하얀 눈

그 아래 골짜기엔 천만년을 흐르는 빙하.

 

갑자기 빗방울 툭툭 떨어진다.

급하게 비옷을 걸치자마자 주룩주룩 쏟아진다.

비를 맞으며 걷는 알프스 산꼭대기길이 마냥 즐겁다.

산허리를 가로질러 야생화원으로 흐르는 길.

점심때를 맞추어 비가 그친다.

지천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 꽃밭에 자리를 잡는다.

건너편 빙하를 바라보면서 도시락을 먹는다.

그리고 또 걷는다.

 

한참을 가다가 만난 언덕배기 쉼터 작은 마당

화분에 에델바이스가 하얗게 피어 있다.

여기 알프스에선 해발 3,000미터가 넘어야 야생에서 볼 수 있다고 제니가 말한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국 설악산에서 한 번 본 것도 같은 꽃이다.

물론 해발 3,000미터에 훨씬 못 미치는 산이지만 말이다.

아마도 지역에 따른 차이일 것이리라.

 

다시 비가 내린다.

좀 전에 저쪽에서 몰려오던 시커먼 비구름은 골짜기 건너편으로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이쪽 산꼭대기로부터 몰려오는 빗줄기다.

잽싸게 비옷을 입고 세 시간쯤

지칠 만큼 지치고 젖은 몸을 산장에 부린다.

엘레나 산장이다.

번번이 느끼는 거지만, 산장 시설이 꽤 훌륭하다.

이 산속에서 더운 물 샤워도 하고 음식도 좋고 잠자리 침대도 그렇고.

반주로 곁들인 와인 서너 잔에 고된 몸이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