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터길[치악산둘레길11]

2021. 7. 8. 23:43원주굽이길


3일부터 시작된 늦장마. 비 예보가 한 주일 동안 이어지고, 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다. 특징이라면, 비가 주로 밤사이에 내리고 낮엔 뜸하다는 것. 남부지방엔 밤낮 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피해가 크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7월 8일 목요일. 밤새 퍼붓던 비는 그치고 날이 밝았다. 예보는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 더구나 장마철이 아닌가. 우산을 챙겨 배낭을 멘다. 원주 치악산 둘레길. 재작년 여름에 1코스부터 3코스까지를 기분 좋게 걸은 적이 있거니와, 올 5월에 11코스까지 완공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터다.

11개 코스로 나뉜 치악산둘레길은, 원주시 행구동 국형사를 원점으로 치악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오늘은 11코스. 시작점인 관설동 당둔지주차장에서 종점인 국형사까지 7.7Km 길을 왕복한다. 주차장-섭재마을-반곡역-뒷골공원-한가터(송어횟집)-잣나무숲-오리골 정상-국형사-휴식 후 되돌아서 처음 그자리.

관설초등학교 앞, 5번국도 가에 당둔지 주차장이 있다. 당이 있는 마을이라서 당둔지란다.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고, 원주천을 건넌다. 냇바닥은 온통 푸른 갈대숲이고, 장맛비로 불어난 물줄기는 갈대숲 한가운데를 가르면서 기세 좋게 흘러간다. 섶재마을을 지나는 길가에는 벼가 자라는 논, 옥수수가 익어가는 밭, 자두가 주렁주렁 열린 과수원, 누렇게 익은 열매를 달고 있는 살구나무, 담장을 덮은 능소화. 둘씩 셋씩 벗이 되어, 또는 혼자서 책가방을 들고 가는 아이들, 일터로 가는 사람들. 버들초등학교를 지나고, 보배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자동차 도로를 따라가는 길이다. 제법 붐비는 교문 앞에선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관들과 교통봉사원들. 재잘거리면서 교문을 들어서는 아이들.

반곡역 문 닫힌 건물 옆엔 중앙선 철도와 반곡역의 역사를 설명하는 글과 사진들이 있고, 뒷골공원엔 움집터 등 고대 유적 설명문이 있다. 한가터(송어횟집)부터는 잣나무 숲속 가파른 비탈을 구불구불 기어오른다. 고개를 넘어 국형사까지도 계속하여 시원한 숲길. 국형사 앞 주차장에 자둥차가 가득하다. 국형사에서 잣나무숲까지 다녀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 한쪽에 앉아 땀을 닦고, 물을 마신다. 애들한테서 온 문자에 답도 보내고, 한참을 앉아 시원한 바람에 흠뻑 젖는다.

다시 처음 그 자리로 되돌아가는 길. 보라색 싸리꽃이 피었고, 산수국이 피었다. 작은 골짜기들엔 작고 하얀 물소리. 비이슬 머금은 풀숲을 헤치고 주황색 말쑥한 얼굴을 처드는 하는 하늘말나리 몇.

한가터길 7.7Km. 반쯤은 마을길이고, 반쯤은 숲길이다. 마을길은 마을길대로, 숲길은 숲길대로 그 멋을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길. 마을길을 대신할 숲길이 개통되면 9.4Km쯤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