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골[치악산둘레길10]
2021. 7. 15. 22:02ㆍ원주굽이길
아흔아홉골: 원주시 판부면 금대1리 대도사골에는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많다. '아흔아홉 개 골짜기가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다.'고 말한다. 옛날에 어느 사냥꾼이 곰 한 마리를 쫓아 이 골짜기에 왔을 때, 아흔아홉 마리의 곰이 아흔아홉 골짜기를 오르는 것을 보고 질겁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곳을 지나는 치악산둘레길 10코스를 아흔아홉골길이라고 한다. 금대삼거리에서 관설동 당둔지주차장까지 9.3Km.
2021년 7월 15일 목요일. 당둔지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금대삼거리까지 갔다가 온다. 당둔지주차장-신촌리-일론골 정상-뒷들이골 정상-곰네미교-금대삼거리. 왕복.
주차장에서 100m쯤, 신천교를 건너자마자 신촌천을 옆에 끼고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니, 백운산 꼭대기 군사시설이 손에 잡힐 듯 나선다. 그러니까 치악산둘레길 10코스는 백운산 자락을 걷는 길이다. 박달재 쪽으로 흐르는 산줄기 밑을 걷는다. 구학산을 지나고, 부론산을 지나고, 박달재를 건너 시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신촌리 마을 입구에선 신촌천을 막아 댐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원주댐이란다. 댐이 완성되고 물이 고이면 위쪽에 있는 산골 마을 분위기도 달라지겠지. 새로운 건물들도 들어설 테고, 음식점과 민박집 간판들을 내걸기도 할 테고. 아니, 지금도 산장 간판을 단 번듯한 건물이 보인다. 빛바랜 민박집도 있고.
아흔아홉골이라. 꼭 99개라기보다 그만큼 많다는 얘기일 거고, 정말로 많은 걸 본다. 골이 많다는 것은 봉우리도 많다는 것. 아, 정말로 많다. 크지는 않지만 저마다 물소리를 내는 골짜기들. 그러고 보니 백운산은 물이 많은 산이다. 덕동계곡이나 차도리, 방학리 등 저 너머에도 그렇고, 이쪽 골짜기들에도 그렇고. 이쪽저쪽에 휴양림이 들어섰고, 골짜기마다 사람들을 불어들이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산.
신촌리 마을을 벗어나면서 가파른 숲길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군락을 이룬 낙엽송들은 담쟁이를 칭칭 두르고 있다. 숲은 그윽하고, 땀은 줄줄 흐른다. 발걸음은 구름에 달 가는 듯. 여름철 산에 올랐을 때 어김없이 드는 생각. 늘 이럴 수 있을까.
일론골 정상에서 뒷들이골 정상을 거쳐 금대리로 내려가는 길도 가파른 산비알을 지그재그로 간다. 원주시내 하얀 숲이 살짝 보이고, 비로봉에서 남대봉으로 이어지는 치악산 마루금이 예쁘게 보인다. 어느 해 겨울에 하루종일 걸었던 곳.
골짜기를 빠져나오니 5번 국도. 곰네미교를 건너 물가를 잠깐 걸어 금대삼거리. 한참을 쉬면서 육개장 한 그릇 뚝딱. 그리고 급할 것 없는 몸짓으로 왔던 길을 되밟는다. 낙엽송 숲을 빠져나오면서 소나기를 만나다. 저쪽 산 위에서부터 부옇게 다가오면서 내리는 빗줄기. 시원하다. 숲을 때리는 소리, 우산을 때리는 소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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