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산[음성]

2021. 12. 8. 23:39충청


행치재는 충청북도 음성군에 있는 고개다. 옛날에 고갯마루에 수백 년 묵은 살구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고갯마루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한강과 금강으로 갈라진다고 하여 한금령이라고도 한다. 속리산 천황봉에서부터 달려온 한남금북정맥은 행치재에서 큰산으로 급하게 올라간다. 낙동강, 한강, 오십천이 갈라지는 강원도 태백 삼수령, 금강으로 가는 물과 섬진강으로 가는 물이 갈리는 전라북도 장수 수분이고개를 생각한다. 속리산 천황봉 아래서 솟은 샘물은 한강과 낙동강, 금강으로 나뉘어 흐른다고 한다.

'큰산'(510)은, 산 아래 마을에서 크게 보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에, 큰 난리 통에 다치거나 희생된 마을 사람이 없었던 것은 이 산의 큰 덕이었다고 하여, 클 보(普), 큰 덕(德)을 써서 보덕산, 난리가 있을 때마다 봉화를 올렸기에 봉화뚝, 삼신이 살았었다고 하여 삼신산이라고도 한다. 산 아래, 행치재 옆에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생가 마을이 있다.

2021년 12월 8일 수요일. 반기문 생가 마을을 대충 둘러보고, 큰산으로 올라간다. 한남금북정맥에 발길을 얹는다. 행치재-모래봉-큰산-삼실고개-풋내고개-돌고개-뱀거리고개-보현산-승주고개-감우리-소여리. 14Km쯤.

큰산에서, 월악산 주흘산, 박달산, 보광산 등 멀고 가까운 봉우리들이 구름 바다 위에 떠 있는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뗀다. 삼실산으로 가는 삼실고개, 풋내(草川리)로 넘어가는 풋내고개 등, 행치재와 다름이 없는 '한금령'들이 꽤 여럿인데, 두어 곳은 자동차가 넘어다니는 포장도로가 되었고, 나머지는 조용한 옛 고개의 모습이다.

곳곳에 자리를 잡은 문중 묘지들은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치장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덕생리, 삼생리, 동음리, 소여리, 신천리, 음성 읍내 등, 여러 마을들이 내려다보인다. 작은 산봉우리에 가려 끝내 보이지 않는, 고향 마을인 소여리 음짓말 얘기를 하던 최 선생님이 건너편 마을을 가리키신다. 수린내(술 있는 마을), 주천(酒川)이란다. 물이 좋아 술맛이 좋기로 이름이 났었다고 한다.

맑은 겨울 하늘에 따사로운 봄별, 좋은 산길. 음성읍에서 소여리까지 자동차를 몰고 오신 차 선생님, 함께하신 이선생님과 최선생님. 충주 연원시장에 와서 한잔 부딪치며 천진한 웃음을 마구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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