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길[원주]
2022. 3. 24. 21:45ㆍ원주굽이길
2022년 3월 24일 목요일. 천마산길을 걷는다.
원주시 흥업면 대안리 승안정류장 옆에 천마산길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지도를 살피면서 머릿속으로 길을 훑는다. 만약을 위해 핸드폰에 담는다.
자, 어느 쪽이냐. 이정표가 어디 있을까. 저기, 원주굽이길 리본이 보인다. 가자.
좀 가다가보니, 나타나야 할 리본이 보이지 않고, 방향도 아닌 것 같다. 핸드폰을 열어 지도를 살핀다. 이 길이 아니다.
처음 그 자리로 돌아와서 차근차근 두리번거린다. 저기에 말뚝 이정표가 보인다. 다가가 보니, '700년노송길'을 안내하는 말뚝이다. 눈을 돌리니, 승안낚시터로 안내하는 화살표가 보이고, '돼니교' 다리가 보인다. 그렇지. 이 길이다.
보물찾기하듯 리본을 살피면서 걷는다. 낚시터를 지나치고 임도로 들어선다. 고갯마루에서 두어 발짝 거리에 있는 바랑산에도 다녀오고, 임도 끝머리에서 벽계수(碧溪守) 이종숙의 묘에도 다녀온다.
청산리(靑山里)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하리
황진이가 벽계수를 시험하기 위해 읊은 시조라고 한다. 혹은 유혹하였다고도 한다. 수(守)는 왕족에게 주어지는 정4품 관직이라고 한다. 이종숙은 후에 정3품 도정으로 품계가 올라 벽계도정(碧溪都正)이 되었고, 묘비에도 碧溪都正이라고 적혀 있지만, 벽계수라는 이름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위 시조 때문이리라.
길은 계속 구불거린다. 건등저수지를 지나 천마산에 오른다. '천마산'은 고려 태조 왕건이 타고 다니던 말과 관련된 전설을 가진 이름이라고 한다.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이던 때에 올랐었다는 건등산이 지척이고, 전원주택 마을을 안고 있는 명봉산이 코끝에 닿는다.
천마산에서 내려오는 산길이 좋다. 잠깐 가파른 내리막 다음에 구불구불 돌고 도는 오솔길. 산발치에 깃들인 마을 풍경이 정겹다. 느티나무 쉼터와 알뜰한 손길이 느껴지는 낡은 집들과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 오늘도 문막시장에서 국밥 한 그릇 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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