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노송길[원주]

2022. 3. 31. 21:35원주굽이길




2022년 3월 31일 목요일.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1852-7, 양안치재 정상에서 09시쯤 시내버스를 타다. 흥업면 소재지에서 내리다. 버스를 갈아탈까, 하다가, 원주 이마트 앞까지 택시를 타다. 택시 요금 4,000원.

이마트 앞길 건너편에 한진택배가 있고, 그 뒤편에 동아ST강원지점이 충정교회를 뒤에 두고 있다. 동아ST강원지점 앞에서 '700년노송길'이 시작된다.

안내판 지도를 살펴보고, 핸드폰에 담는다. 길 안내 리본을 따라 걷는다.

한참을 가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아무래도 이쪽이 아닌 것 같다. 몇 걸음 더 가다 보니, 흥업둘레길 말뚝이 보인다. 리본도, 화살표도 뚜렷했기에 어떤 의심도 있을 수가 없었는데, 이럴 수가. 도중에 갈림길 표시가 있었나. 아니면, 처음부터 엉뚱한 길을 잡은 건가. 어쩔 수 없는 나의 주특기인가.

핸드폰에 담아온 지도를 살피고, 카카오맵을 열어 보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되돌아선다. 1Km쯤 되돌아와서, 다시 지도를 살핀다. 합포원교를 건너 원점으로 가다가 멈춘다. 안내판에서 찍어 온 지도를 다시 살핀다. 그래. 복거리길 64. 카카오맵을 열어 방향을 정한다.

복거리길 64. 전봇대에서 나풀거리는 리본이 반갑다. 제 길을 찾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헤맬 일이 없겠지.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한 걸음으로, 두리번두리번, 한껏 여유를 부린다.

냇물에도, 산골 마을들에도, 좁은 들판들에도, 임도가 구불거리는 산속에도 온통 봄기운이다. 지은 지 100년을 훌쩍 넘어섰다는 한옥 성당인 대안리 공소에도, 수령 700년이 넘는다는 소나무에도, 천연기념물 제279호 느티나무에도 봄기운이 흐른다. 진달래는 연분홍 웃음으로, 생강나무는 노란 눈망울로 아는 체를 한다.

정겹게 다가오는 산골 마을들이 있고, 봄철을 맞아 구수하게 풍기는 두엄 냄새가 콧구멍 가득하게 들어온다. 폭이 제법 넓은 계단식 논들이 산골짝에 안겨 있고, 널찍널찍한 밭들이 있고, 마을들은 예전부터 꽤 택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700리노송길. 원주 이마트에서 길 건너편, 충정교회 앞에서 출발, 복거리길을 지나 사재교를 건너고(서곡천), 대안천을 거슬러 대안리 여러 마을을 두루 지나고, 구불구불 임도를 오르내리다가 양안치재 정상에 이르는 길. '원주굽이길' 중 하나이다. 18.2Km 된다는 길을 좀 헤맨 덕분에 21.54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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