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1. 22:47ㆍ선비순례길
2022년 11월 21일 월요일. 안동시 도산면 동부리 월천서당에서 걸음을 시작힌다. 선비순례길 2코스다.
월천서당 앞에 잎을 모두 털어낸 은행나무가 우뚝하고, 그 옆 겸재정은 고색을 풍기고 있다. 은행나무는 2003년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수령 450년으로 추정했다고 하니 지금은 470년인가. 겸재정은 월천 조목의 동생, 조정의 고택이라고 한다. 현 위치에서 100여 미터 아래, 지금 저 물 속에 있던 다래 마을에서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안내판을 읽다보니, '다래'를 한자로 적은 것이 月川(월천)이라는 것을 알겠다.
길은 물가 산기슭에 걸려 있다. 기파른 벼랑에 나무 데크 잔도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초겨울 산속 공기가 나그네 볼을 간질이고, 안개는 강물 위에서 서서히 춤사위를 접는 중이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청량산 바위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보인다.
호반자연휴양림을 지나고, 발목이 푹푹 파묻히는 산길을 지나고, 분천 마을(부내 마을)을 지나고, 농암 이현보를 기리는 비석을 지나치고, 도산서원을 둘러본다.
도산서원: 퇴계 이황이 말년에 도산서당을 지었고, 그가 죽은 후에 유림에서 상덕사라는 사당과 전교당, 동재와 서재를 갖추어 도산서원을 건립하였으며, 1585년에 사액을 받았고, 201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도산서원 뒤편 산고개를 넘어 퇴계종택을 찾아간다. 퇴계가 말년에 도산서당을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퇴계명상길'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퇴계종택 뒤편에 선비수련원이 들어섰고, 종택 옆에는 공원이 꾸며져 있다. 퇴계기념공원이란다. 종택 앞 실개천 건너편 산기슭에 계상학림이 있다.
퇴계종택: 퇴계의 장손 이안도(1541~1584)가 지었고, 1907년에 화재로 소실되었으며, 13세 손 이충호가 1926년부터 3년에 걸쳐 새로 지었다.
계상학림: 퇴계종택 앞 자동차도로 옆 물가 산기슭에 작은 기와지붕 셋이 이웃하고 있다. 퇴계가 50 무렵에 벼슬에서 물러나 서당을 짓고, 독서와 저술에 정진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이라고 한다. 계상서당(溪上書堂), 한(寒栖庵), 계재(溪齋). 1997년에 복원하였고, 계상학림(溪上學林)이라고 하였다.
종택 앞 자동차도로 이정표를 보니, 이육사문학관이 멀지 않다. 이후의 선비순례길도 이육사문학관으로 이어진다지만, 오늘은 온계종택으로 간다. 지금부터는 자동차도로 갓길을 밟는다.
도산면 온혜리에 도산면행정복지센터가 있고, 온혜초등학교 옆에 온계종택, 진성이씨 온혜파 종택인 노송정, 퇴계 생가, 퇴계 태실이 있다. 온계 이해는 퇴계 이황의 둘째 형이다. 온계종택은, 구한말 의병장 이인화의 생가이기도 하다. 이인화는 온계의 12대손이다. 온계종택 앞에 500년 넘게 살아온 밤나무가 있다.
총 19.46Km. 처음부터 끝까지, 고태과, 유적이 널려 있고, 호수를 이루는 낙동강 물바다가 함께한다. 물과 산과 곳곳에 깃들어 있는 고택과 유물, 유적들이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 옛 선비들의 자취가 배어 있는 듯, 그 향기에 취하는 듯,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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