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2. 23:26ㆍ충청
옥화구곡길: 충청북도 청주시 미원면에 있다. 속리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달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는 굽이굽이에 멋들어진 경치가 펼쳐진다. 옛 선비들은 곳곳에 풍류와 사색의 흔적을 남겼고, 이득윤이라는 선비는 1609년에 아홉 곳을 가려 '옥화구곡'이라 하였다. 1990년에 청원군에서 아홉 곳을 골라 '옥화구경'이라 하였고, 2020년에 청주시에서 '옥화구곡 관광길' 14.8Km를 조성하였다.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미세먼지 없이 맑은 날씨. 눈부신 햇살, 푸르름 더해 가는 산과 들. 이팝나무는 이미 온통 하얗고, 아카시아도 삐죽삐죽 하얀 부리를 내민다. 옥화구곡길을 걷는다.
먼저, 옥화9경 중 첫째인 청석굴을 둘러본다. 찍개, 긁개 등 구석기 유물이 발굴되었고, 그때 사람들이 살았었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원천 물가에 바위 절벽이 있고, 거기서 산 쪽으로 두어 발짝 거리에 바위 동굴이 있다. 입구는 그래도 넓다고 해야 할까. 안으로 들어서니, 한 사람 겨우 다닐 만한 좁은 굴이 어둠 속에서 이어진다. 황금박쥐가 발견되었고, 몇몇 벌레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손전화 후레쉬 불빛으론 좀 부족하지만, 조심조심 들어가 본다. 이따금 물방울이 떨어진다. 조붓한 동굴 흐릿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이 살짝 인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의 기척이 잡히는가. 이 느낌은 무엇인가. 더듬더듬 끝까지 들어갔다가 더듬거리면서 나온다. 바깥쪽을 향하여 한 컷 한다. 길이가 60m쯤 된다던가.
동굴에서 나와 물가 절벽 위로 가는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른다. 계단 끝에 정자가 있고, 거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림이다. 청석 마을과 마을 앞 물가에 펴진 작은 들판, 배경이 되는 하늘과 먼 산 풍경.
징검다리를 건너고, 물가로 이어지는 길을 걷는다. 물에는 가마우지가 떼지어 다니고, 원앙도 떠다닌다. 익어가는 봄날, 봄날이 배어나는 냇물.
미원천이 달천과 만나기 직전 물가 도로 옆에 송집수 효자각이 있고, 그 옆에 관란정이 있다. 효자각 옆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멋을 한다. 효자각 앞 도로 위를 지나 도로 옆 물 위까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다.
이제부터는 달천이다. 옛 옥화구곡이 이어지는 길. 물과 산과 바위와 소나무와 숲이 어우러지는 곳곳에 이름이 붙었다. 오담, 천경대, 옥화대, 호산, 어암, .... 용소, 금봉, 금관숲, 가마소뿔, .... 추월정, 망경정, 세심정, ....
사람이 산천경개에 넋을 놓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려니. 옛사람들의 흔적이 저렇게 남아있는 것처럼 지금 사람들도 저렇게 산으로 물가로 나와 천막을 치고, 어울리고, 세월을 잊는다. 나물을 뜯고, 다슬기를 잡고, 낚시를 던진다. 저 또한 하나의 풍경 이다. 다만, 남기지 말아야 할 흔적들은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을 옆에 끼고 가는 길은 끝이 없다. 눈에 보이느니 절경이요, 선경이다. 어쩌다 나타나는 마을과 어쩌다 만나는 마을 어른들. 선계에서 노니는 신선들.
그렇게 걷다 보니, 어암리. 어암산촌생태마을이다. 어디 구멍가게라도 있을까. 무슨 휴게소라고 한 덴 문이 닫혔다. 저쪽 마을로 간다. 아, 아주 한적한 작은 마을에 커피집이 있다. 문은 활짝 열려 있고, 한참 만에 주인이 나타난다. 내가 오늘 첫 손님이자 단 하나의 손님은 아닐런지. 냉커피 한 잔이 아주 시원하다.
청석굴 주차장까지 가는 차편을 물으니, 한 시간도 더 기다려야 한단다. 15.47Km. 더 걸어 볼까, 하 는데, 태워다 주겠단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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