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22. 22:59ㆍ선비순례길
소설(小雪).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한다. 겨울 기분이 들기 시작하지만,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기에 소춘(小春)이라고도 한다.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 아침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퍼지면서 늦가을 산촌 풍경이 펼쳐진다. 오늘이 소설이다. 안동시 도산면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걸음을 뗀다.
웅부중학교 앞을 지나 도산온천 갈림길 가에 '선비순례길' 7코스와 8코스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다. 8코스 쪽으로 간다.
용수사로 가는 길가 개울에 놓인 낡은 다리 하나가 눈길을 끈다. 꽤 오래된 것을 복원한 듯 보이고, 풀숲에 덮여 있고, 옆에는 큼직한 바윗돌 이름표가 있다. 龍門橋. 분명 어떤 내력이 있을 텐데 하면서 그냥 간다.
용수사를 지나 용두산 산길로 들어선다. 소나무가 많고, '송이 채취 기간 입산 금지' 경고문들이 보인다. 잎을 모두 떨어뜨려 가지들만 앙상하게 달고 있는 참나무 숲도 나타나고, 가랑잎에 발이 푹푹 빠지는 미끄러운 길도 나타난다. 산마루에서는 청량산이 가까이 보인다.
태자리 마을에서 가지마다 빨간 홍시를 점점이 달고 있는 감나무도 본다. 수운정 앞에서 잠깐 쉬어 간다.
수운정은 조선 선조 때 학자 매헌 금보가 지은 정자라고 한다. 그는 과거에 합격했지만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퇴계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학문에 힘썼다고 한다.
도산온천 입구에서 수운정까지가 '안동 선비순례길 8코스'이다. 신라 마지막 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신라 부흥 운동을 일으켰던 흔적이 용두산과 태자리 일대 지명들과 전설로 남아 있다고 하여 '마의태자길'이라고 한다.
시간 여유도 있고, 힘도 남았다. 더 걷기로 한다. 고산정으로 이어지는 9코스 길을 따라 걷는다. 수운정에서 온은천 물길을 따라 내려와서 35국도를 만났다. 고산정 쪽으로 가는 길을 한번 바라보고 나서 핸드폰 지도를 열어 본다. 도산면 행정복지센터까지 4Km쯤. 버스나 택시 생각을 버리고 계속 걷는다.
여기저기에 무청을 거두어들이는 일손이 분주하다. 용두산을 넘기 전부터 보는 풍경이다. 아, 저기, 시래기 가공 공장도 보인다. 아, 그렇구나. '도산면 무청 시래기'라. 유난히도 무밭이 많이 보인다 했더니, 모두가 시래기를 위한 것이었구나. 단무지용 무라고는 하지만 시래기를 주로 하고, 무 뿌리는 거의 거둬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도산면 행정복지센터-운곡리-용수사-용두산-수운정-35번국도-도산면 행정복지센터. 15.58Km.
처음 그 자리에 와서 옷을 툭툭 털고, 신발끈을 느슨하게 고쳐 맨다. 오늘은 어떻게 걸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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