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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주와 은행나무[면천, 아미산-몽산]
- 고려 왕조 개국공신 복지겸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병에 걸려 식읍인 면천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어떤 약을 써도 효험이 없자 딸 영랑이 아미산에 올라가 백일기도 끝에 산신령의 계시를 받았다. "뜰에 은행나무 두 그루를 심고, 아미산 진달래꽃을 따다가 찹쌀과 함께 술을 빚어 백일 후에 드려라. 정성을 다 하여라." 그렇게 했더니 병이 씻은 듯 나았다.면천 은행나무이고, 면천 두견주이다. 1,100여 살 두 그루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제551호, 2016년 9월)이고, 두견주는 문배주, 경주 법주와 함께 3대 민속주로 꼽히고 있다. 쩝. 입맛을 다신다. 안동소주, 전주 이강주, 함양 솔송주, 태인 죽력고, 고령 스므주, 김천 과하주, 한산 소곡주, 부산 금정산 막걸리, 충주 청명주, ... 내로라하는..
2024.11.01 -
선암계곡[단양]
2024년 10월 21일 월요일. 이태 만에 단양 선암계곡을 걷는다. 느림보유람길. 느릿느릿 유람하는 발걸음이다. 그때처럼 맑은 기운에 흠뻑 젖는다.물빛이 저리 맑을 수 있을까. 물소리가 저리 맑을 수가 있을까. 산빛도, 바위도, 공기도 맑고, 맑다. 온통 맑은 기운이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할까. 딱 맞는 말이 가능하기는 할까.
2024.10.21 -
청량산 축융봉[봉화]
- 축융봉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청량산을 말하지 마라. 조선 선비 퇴계 이황이 했다는 말이다. 기암괴석 청량산 여러 봉우리의 절경을 가장 잘 바라다볼 수 있는 곳이 축융봉이라는 뜻이 포함되었으리라.2024년 10월 17일 목요일. 경상북도 봉화군 축융봉에 올랐다. 축융(祝融)이라. 어떤 유래가 있는 말이겠지만, 글자 그대로, '서로 화합하여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기린다'는 뜻으로 새겨 본다.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선학봉, 자란봉, 연화봉, 향로봉, 연적봉, 탁필봉, 자소봉, 경일봉, 금탑봉, 탁립봉 등 여러 봉우리들이 어우러지는 절경을 바라다본다. 여기 축융봉까지 하여 청량산 육육봉 또는 열두 봉우리라고 한다. 굳이 열둘만을 헤아리랴. 서른에 이른다는 숫자를 굳이 따지랴.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들이 ..
2024.10.18 -
소이산과 주상절리[철원]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철원군 소이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다. 산속에 들어앉은 철원평야와 피의 능선, 저격 능선, 백마고지, 아이스크림 고지, 김일성 고지, ... 들판 저 너머에서 북녘 산 너울이 멀어져간다.빼앗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 속 포격으로 산봉우리가 아이스크림 녹듯이 흘려내렸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군인들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없어졌다고 한다. 철원, 김화, 평강, 하여 '철의 삼각지'라는 말도 그런 의미로 생긴 말이라고 하거니와 6.25 한국전쟁 때, 그렇게 처절한 전투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었다는 그 현장에 이렇게 서 있는 것이다. 아, 인간 세계란? 말을 찾지 못하고 서성인다. 실바람이 불어와 나그네 몸을 간질인다. 가을을 속삭인다. 산에도 들판에도 허공에도 온통 가을이 스미는 것을..
2024.10.15 -
악어봉[충주]
2024년 10월 9일 수요일. 십여 년 만에 충주호 악어를 만나다.충주시 살미면 내사리 충주호 물가, 36번국도 옆 가파른 비탈길 900m쯤 되는 곳에서 내려다보았다. 충주호 물속으로 내달리는 야트막한 산줄기들. 악어처럼 보이지 않을 수 없는 저 모습. 사람들 마음이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을 풍경이다. 가파른 산줄기 어디쯤에서 한참을 내려다본다. 악어떼가 내려다보인다고 해서 악어봉이란다. 짧은 거리이지만 매우 가파른 길이고, 매우 가파른 길이지만 숲속이고, 때마침 가을이다. 푸른 호수를 향하는 푸른 악어떼는 싱싱하기 그지없고, 느릿느릿 나그네 몸짓에는 시나브로 가을 산 기운이 스며든다. - 따져 보니, 딱 12년 만이다. 그땐 추석연휴 끝날이자 개천절(2012.10.3.)이었고, 오늘은 10월 9일 한..
2024.10.09 -
팔봉향나무[충주]
2024년 9월 22일 일요일 오후. 충주시 대소원면 문주리 팔봉 강가 향나무 아래에 앉았다.어제 내린 비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본다. 엷은 흙탕물이 힘차게, 묵직하게 흐른다. 뭉게뭉게 흰구름 이는 하늘은 높고 푸르다. 햇빛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다. 오늘이 추분인가. 엊그제까지 그렇게도 뜨겁더니, 하루이틀 사이에 한풀 꺾이는 걸 본다. 자연이다. 족대를 들고 저 강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던 때를 그려 본다. 물도 맑고, 물고기도 많았었지. 꺽지, 모래무지, 참매자, 꾸구리, 돌고기, 동자개 ... 눈을 돌려, 갓을 쓴 쏘가리가 살고 있다던 귓돌바위를 바라보고, 물 건너 옥녀봉을 바라본다. 삿대를 저어 물을 건너고, 옥녀봉 꼭대기 바위 봉우리에 올랐던 일이 아련하게 또렷하다. 배를 건너면서 삿대를 한번 내리치면..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