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7. 10:08ㆍ충청
2007년 1월 3일(수). 겨울 날씨가 아주 포근하다. 소태면 청룡사지에서 복탄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그리며 집을 나선다.
청룡사 보각국사정혜원융탑 : 국보 제191호/조선 태조 2년(1393)
청룡사 보각국사정혜원융탑비 : 보물 제658호/조선 태조 2년(1393)
청룡사 사자석등 : 보물 제656호/조선 태조 3년(1394)
우거진 수목 사이에 3 점의 유물이 옛 이야기를 바람결에 날리고 있다. 고려 말, 이곳 청계산에 있던 암자에 이태조의 사부 보각국사가 은거하자 왕명으로 지어졌다는 대사찰, 청룡사 옛터.
탑이 서 있는 곳에서 북쪽, 산 정상 쪽에 절이 있다기에 올라가 보니, 작고 초라한 절집 마당에 한 스님이 서성이신다. 옛 청룡사는 한 때 200여 명이 수도를 하던 곳인데, 조선 말기 척족 민대용이라는 사람이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불을 질렀다는 얘기와 650여 년의 전통을 살려 절을 다시 크게 지을 계획이라는 말씀을 하신다. ‘청계산(靑溪山)’이라는 이름은 골짜기마다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해서 붙었다는 것과 ‘보각국사’가 머물렀다고 해서 ‘국사봉’이라고도 한다는 말씀도 해 주신다.
권력에 굴복하여 절에 불을 놓은 청룡사 주지승이 돈 자루를 지고 뒷산으로 달아나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얘기는 전에 한 번 들은 적이 있다. 권력 다툼의 한쪽 편에 서서, 재물의 이해관계에 파묻혀서, 격한 감정을 마구 토해내는 종교지도자들을 떠올려본다. 그런 세태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본다. 아, 인간이란 무엇이고 인간세상이란 어떤 곳이더냐? 무엇을 믿어야 하고, 어떻게 믿어야 하는 것인가? 종교란 무엇이고, 신앙이란 어떤 건가?
산 정상에 갔다 오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임도를 따라 복탄으로 길을 잡는다. 소태(오량리)-청룡사지-임도-상촌-인다-복탄-구수고개-소태. 한 바퀴 돌아오니 어둑어둑하다. 세 시간 정도 걸었나
(200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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