笑而不答心自閑[민주지산]

2008. 2. 27. 10:42충청

“왜 산에서 사느냐고 묻지만

한가로이 웃을 뿐이로다.”


問余何事栖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李白 山中問答)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을 뿐이로다.


2007년 9월 22일. 놀토로부터 시작되는 닷새 동안의 추석연휴 첫날을 민주지산에서 보낸다. 높은 산에 올라 능선과 골짜기와 벌판과 허공을 바라보는 맛도 커다란 매력이지만, 오늘은 산봉우리를 감싸고 놓아주지 않는, 구름인지 안개인지에 파묻혀서 능선 길을 걷는다. 저 아래 충청도 땅이 있고, 전라도 땅이 있고, 경상도 땅이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걸어왔고, 걷고 있고, 걸어갈 길이 용틀임하는 것도 그려본다. 시야가 가려진다고 답답해할 일은 아니다.


모처럼 능선 산행의 별미가 즐겁고도 즐겁다. 올라갈 때 각호골, 내려올 때 물한계곡,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물론(勿論)’이라는 말은 ‘말할 것도 없다’는 뜻이니, ‘물한계곡(勿閑溪谷)’에서 ‘물한(勿閑)’은 ‘한가할 것도 없다’ 곧 ‘더 이상 한가할 일이 없다’는 뜻이렷다. 구름도, 안개도, 빗방울도, 오르막도, 내리막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로이 걷는 마음이 한없이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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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민주지산과 물한계곡을 찾았다. 물한계곡 입구에서 무명의 전통 민속주와 전통 민속 두부로 하산 기념을 하고, 충주에 와서 자연버섯찌개와 능이회에 소주를 곁들인 뒤풀이로 한가로운 일정을 마무리한다.

(2007.09.22)


물한계곡 입구 ― 각호산 ― 민주지산 ― 석기봉 ― 삼도봉 ― 물한계곡 입구 / 여섯 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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