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여러 번 물었고[춘천 봉화산]

2020. 10. 17. 23:05강원



이리 가면 구곡폭포 가는 길이 나오나요? 글쎄요. 이정표에는 저쪽으로 가는 걸로 되어 있던데요. 이 임도는요? 예, 저쪽에서 봉화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요. 건성으로 들으면서, 자기들끼리 주고받는다. 아니야, (저 사람도) 몰라, 몰라. 그냥 가.

강선사에서 강선봉으로 올라선 다음, 검봉산(530)-감마봉-봉화산(526)으로 이어지는, 참으로 좋은 산등성이 길에서 내려와 문배 마을 어귀에 들어서는데, 두 사람 일행이 길을 묻는다. 봉화산 마루에서 사람을 만나 자세하게 설명을 들었고, 꼼꼼이 이정표를 살폈기에 아는 만큼 대답했건만, 듣는 둥 마는 둥 가던 길로 계속 간다. 글쎄, 그쪽으로 가는 길도 있는가 보다. 가서 밥이나 먹자.

장가네 식당, 김가네 식당. 길에서 제일 가까운 '큰집'으로 들어선다. 산채비빔밥이 꿀맛이다. 마을 아래편 생태연못에서 분수가 솟는다. 산도, 물도, 하늘도 맑고 시원하다.

다시 길을 물어 작은 고개를 넘어 구곡폭포. 손목에 찬, GPS 시계로 재어 보니 마을에서 1Km 거리다. 폭포의 길이가 50m라던가? 가늘지만 길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아까 그 생태연못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폭포 앞에 주차장이 있고, 강촌역 쪽으로 나가는 도로가 있다. 아까 그 사람들이 향하던 길에 대해선 모를 일이다.

강촌역까지 자동차 도로 옆 인도를 터덜터덜. 강촌역 앞 갈림길에 강선봉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고, 등산복 차림으로 오르는 이가 있어 강선사를 물으니, 그리 가도 된단다. 내 걸음이 빠른 건가. 뒤에 그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그래 저기쯤일 거야. 그래도 다시 길을 묻는다. 예, 죽 올라가면 됩니다. 가다가 보니, 뭔가 이상하다. 다시 마을로 내려와 두 번을 더 길을 묻는다. 답이 서로 다르다. 분명하지 않은 산길을 버리고, 자동차 도로로 내려서서 한 번 더 길을 묻는다. 2~3Km쯤 헤맨 셈이다. 강선사 앞 GPS, 19.34Km.

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봉화산과 문배 마을을 생각했다가 강선봉-검봉산-봉화산, 좋은 산길을 만났다. 산 아래엔 북한강이 흐르고, 시끌벅적한 유원지가 들어섰건만, 높지 않은 산등성이엔 오르막도 내리막도 급하지 않고, 조용하고 편안한, 별천지 같은 길이 이어진다.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1Km쯤 오르막 고개 너머, 산속 분지 문배 마을은 산골 마을 정취를 듬뿍 담은 한 폭 그림이다. 옛날에 문배나무가 많았었다나. 그 정감 어린 풍경에 흠뻑 젖었다. 다 내려와서, 혹시나 하고 들어선 길에서 좀 헤맸고, 얼마 안되는 동안에 길을 여러 번 물었고, 오랜만에 꽤 긴 거리를 걸었지만, 가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