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 허리둘레[해남 달마고도]
2021. 3. 3. 22:11ㆍ전라
2021년 3월 3일 수요일. 땅끝마을에서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해돋이 광경을 본다. 놀난 가슴을 다독이며 미황사로 간다.
신라 때 검은 소 한 마리가 땅끝에서 달마산으로 불상과 경전을 날랐다던가. 달마대사가 말년에 이 산으로 들어왔다던가. 달마산 허리둘레에 구불구불 길을 내고 그럴 듯한 이름을 붙여 놓았다. 달마고도.
미황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앞에서 달마고도에 들어선다. 산새들 소리가 맑고 경쾌하다. 도저히 문자로 적어낼 수가 없는 저 소리. 조금 전 해돋이 광경에 이어 가슴을 흔드는 소리. 그러고 보니 이른 아침 산새 소리가 꽤 오랜만이다. 그것도 새봄이 열리는 때에. 벼르고 벼르던 달마고도에 이렇게 발을 들여놓는다.
길이 아주 훌륭하다. 잘 닦인 길에 한 길이 넘는 산죽 숲이 나타나고, 동백 숲이 나타나고, 편백나무 숲도, 참나무 숲도, 잡목 숲도 나타난다. 너덜길도 나타나고, 아주 잠깐 임도를 걷기도 한다. 오르내리막이 심하지도 않고 아주 편한 길이다. 앉은뱅이 봄꽃들이 피었고, 산버들이 큼직한 눈망울을 껌뻑인다. 때 이르게 꽃을 피운 진달래는 수줍은 웃음을 바람결에 날린다. 봄볕은 포근하고, 하늘은 맑고, 하얀 바위들은 하늘로 날아간다. 들판 끝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물 위에 점점이 섬들이 떠 있고, 나그네는 사부작사부작 하염없이 걷는다. 구 구 구. 저건 산비둘기다.
누가 달마고도를 묻는다면 혼자 가라고 말하리라. 둘이서도 말고 혼자 가라고.
이정표에 적힌 거리는 17.7Km. 내가 걸은 거리는 도시랑골에서 도솔암 왕복 등을 합하여 19.88Km.
미황사 일주문-전왕문 앞-큰바람재-관음사터-문수암터-노지랑골-도시랑골-도솔암 왕복-몰고리재-부도전-미황사-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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