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전설[목포 갓바위둘레길]
2021. 3. 3. 22:22ㆍ전라
2021년 3월 3일 수요일 오후. 달마고도에서 목포 갓바위 앞에 왔다. 갓바위 앞을 빙 돌아가는 도보다리가 놓였고, 뒤쪽 입암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입암산둘레길이다. 해가 좀 남았기에 한 바퀴 돌아본다.
다리 위 의자에 앉거나 서서 갓바위를 한참씩 바라보는 사람들. 나도 좀 섰다가 간다. 어쩌면 저리 흡사할까. 안내판에 과학이 있고, 전설이 있다. 과학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고, 전설에는 민초들의 한과 염원이 서려 있다. 과학의 시대 사람들은 과학을 믿고, 전설의 시대 사람들은 전설을 믿는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과학: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영산강 하구에서 풍화 작용과 해식 작용으로 생긴 풍화혈(tabon)이 삿갓을 쓴 사람 모습을 닮은 것.
전설 하나: 옛날에,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가난하게 사는 청년이 있었다. 아버지의 약값을 벌기 위해 부잣집 머슴살이를 하면서 열심히 일을 했지만 주인이 돈을 주지 않는다.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의 손발은 싸늘하게 식어 있다. 양지 바른 곳에 묻어 드리려다 실수로 관을 바다에 빠뜨린다. 불효를 한탄하며 갓을 쓰고 자리를 지키다가 죽었는데, 훗날 이곳에 갓을 쓴 사람 모양을 한 바위 둘이 솟아올랐다. 큰 바위를 아버지 바위, 작은 것을 아들 바위라고 한다.
전설 둘: 옛날에, 부처님과 아라한이 영산강을 건너 와 이곳에서 쉬었었다. 그때 놓고 간 삿갓이 바위로 변하였고, 중바위 또는 스님바위라고 한다.
목포 갓바위: 천연기념물 제500호.
아라한: 번뇌를 끊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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