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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산[부여]
매월당 김시습은,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르자 21세에 승려가 되어 전국을 떠돌다가 만수산 무량사에서 여생을 보냈다. 법명은 설잠(雪岑). 부여 무량사에 그의 부도와 시비와 영정이 있다. 2023년 4월 21일 금요일.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에 있는 만수산을 걷다. 산등성이 너머는 보령시 성주면이다. 무량사 일주문 앞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섰다. 극락교 건너 왼쪽에 매월당 시비와 부도가 있고,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장군봉 갈림길에서 숨을 고르고, 조루봉을 지나고, 전망대에 올라 땀을 씻고, 비로봉에서 태조암 쪽으로 길을 잡아 내려오다.버려진 것인가. 태조암엔 인적이 없다. 빛바랜 절집과 어지러이 흩어진 검불들과 마른 풀밭이 된 마당. 마당가에 황매화 한 무더기 피..
2023.04.21 -
용궐산[순창]
2023년 4월 10일 월요일. 맑은 하늘에 맑은 햇살이 퍼지고, 산과 들엔 연둣빛이 아지랭이처럼 어른거린다. 전라북도 순창, 섬진강 강가에 솟은 용궐산을 걷는다. 용궐산: 옛 이름은 용여산(龍女山), 용골산(龍骨山)이었고, 2009년에, 용의 뼈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주민들의 건의로, 용궐산(龍闕山)이 되었다. 산꼭대기 신선바위에 희미하게 보이는 바둑판이 그려져 있고, 6.25 때 빨치산이 사용했다는 참호가 있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천 풍경이 깨끗하고, 산 아래에는 섬진강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2020년에, 용여암(龍女岩)이라는, 산 중턱 거대한 바위 벼랑에 잔도를 설치하였다. '용궐산 하늘길'이다. 그 하늘길에 지금은 들어설 수가 없다. 지난 3월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공사 기간이란다. 안전 시설 ..
2023.04.10 -
마애불상[충주 봉황리, 창동리]
2023년 4월 1일 토요일. 눈부신 볕에는 더운 기운이 돌고, 얌전한 바람결에는 시원한 기운이 도는 날씨, 봄날씨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 하얗게 부풀어오르고, 개나리가 노랗게 환하고, 산기슭마다 진달래 붉은빛이 점점이 다소곳하다. 점심을 먹고 나서 가볍게 움직여 본다. 발길이 닿는 대로 따라가 본다.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 충주시 중앙탑면 봉황리 햇골산 중턱에 있다. 높이 1.7m, 너비 5m 되는 바위에 불상과 보살상들이 한 줄로 양각되어 있다. 모두 여덟이라고 하는데, 내눈으로는, 그걸 모두 찾아내기가 어렵다. 왼쪽으로 두어 발짝 거리에 마애불상이 하나 더 있다. 오른쪽 불상들보다 크고, 좌불이다.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며, 삼국 시대 불상으로는 보기 드문 예라고 한다.저..
2023.04.01 -
500년 동백나무[서천 마량리]
2023년 3월 29일 수요일. 마량포구에서 쭈꾸미 볶음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마량리 동백나무숲을 걷다. 바닷가 아주 작은 동산에 동백나무숲이 있고, 아주 짤막한 산책로가 있다. 500년 이상된 동백나무가 85그루라고 하며, 줄을 쳐 출입을 막아 보호하고 있다. 젊은 동백들도 주변에서 숲을 이루고 있다. 매년 3월말에서 4월초, 다른 곳보다 꽃 피는 시기가 늦은 편이다.500년 동백나무 푸른 잎사귀들도, 잎사귀 사이사이에서 점점이 붉은 꽃잎들도, 요란하지 않다. 요란한 것은 때맞추어 몰려든 사람들이라고 할까. 수백 년, 오랜 세월을 겪어온 나무 밑동들은 말이 없고, 정처 없는 바람은 쉬지 않고 돌아다닌다.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마량리에 있다. 500년 이상 된 동백나무 85그루가..
2023.03.29 -
산동면 산수유[구례]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산위 마을, 노랗게 꽃을 피운 산수유나무 숲속을 헤집다.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꽃이 바다를 이루어, 위로, 아래로, 이쪽으로, 저쪽으로, 마구 번지고 있다. 나그네 가슴도 노랗게 물이 들다.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계척 마을 할머니 나무를 찾아간다.산수유 시목: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산수유나무이고, 1,000여 년 전에 중국 산동성에서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구례군 산동면 계척 마을에 있다. 이웃, 달전 마을에 있는 할아버지 나무와 더불어 할머니 나무라고 한다.계척 마을에서 할머니 나무를 뵙고, 달전 마을 할아버지 나무를 찾아간다. 달전 마을 할머니께 길을 여쭈니, 길을 설명하시면서, 진짜 할아버지나무는 오래전에 죽었고, 그 아들 나무를 모시고..
2023.03.14 -
불일폭포[지리산]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지리산 불일폭포를 보다. 섬진강 강가에 자리잡은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거스르는 '십리벚꽃길'을 지나면 쌍계사, 쌍계사에서 3Km쯤 산길을 기어오르면 기가 막히게 산세 험하고, 은밀한 곳에 폭포가 있다. 길이가 60m쯤 된다던가. 한창 가문 철이기에 혹시나 했었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을 만큼, 힘찬 물줄기가 길게 떨어지고 있다. 이리저리 바위에 부딪히며, 하얗게 부서지고, 연기처럼 피어오르면서, 쉼 없이 떨어지고 있다.불일폭포: 용이 승천하면서 꼬리로 살짝 쳐서 청학봉, 백학봉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고려 희종 때, 이 근처에서 수도하였던 보조국사 지눌이 입적한 후, 왕이 '불일보조'라는 시호를 내렸고, 그 후, 지눌이 수도하던 암..
202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