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76)
-
칠곡 가산산성
2021년 5월 27일 목요일. 하늘을 만지면 손이 젖을 것 같은 날씨. 예보에선 비가 좀 내린다고 했지만, 망설임 없이 길을 나선다. 오늘은 칠곡 가산산성이다. 오는 듯 마는 듯한 빗방울과 동무하여 진남루 앞에 이르렀다. 두리번거리면서 우산을 펼까 말까 하는데, 저쪽에서 서성이던 두 사람은 발길을 돌린다. 나야 뭐 머뭇거릴 일이 없지. 남문에서 성곽을 따라 서문 쪽으로 가다. 오는 듯 마는 듯하던 비는 가는 듯 마는 듯 가버리고, 안개인지 구름인지 허옇게 떠다닌다. 가산바위에 올랐다가 서문으로, 북문으로. 북문에서 중성문을 지나 장대터가 있는 가산 산마루에 올랐다가 유선대와 용바위를 보고, 동문으로. 동문에서 돌고 도는 탐방로를 따라 처음 그 자리, 진남루 앞에 서다. 12.37Km. 성의 규모가 엄청..
2021.05.27 -
민물김[삼척 소한계곡]
2021년 5월 20일 목요일. 소한계곡을 걷다. 삼척시 근덕면 하맹방리. 계곡 어귀 저수지 풍경이 먼저 가슴에 와 안긴다. 산을 담고 있는 저수지. 물도, 산도, 숲도 맑다. 내 안도 맑아지는가. 저수지를 지나면서 민물고기전시관, 마을회관, 작은 주차장이 차례로 나타나고, 민물김연구센터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서신다. 줄에 달아 목에 건 것은 신분증인 듯. 인사를 나누고, 체온을 재고, 연락처를 적는다.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이다. 멀리서 오셨네요. 옛날에는 국(민물김국)을 끓여서 먹기도 했지요. 지금은 구경도 어려워요. 요 위로.. 길을 잘 만들어 놨어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야자수 멍석도 깔렸고, 나무 계단도 놓였고, 전망대도 있고, 쉼터도 있고, 설명문도 있다. 그보다 먼..
2021.05.20 -
이만큼만 하여라[무주 금강 마실길]
2021년 5일 12일 수요일. 무주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유평마을 앞에서 내렸다. 유평마을 상류 쪽 이웃이 도소마을이다. 팔뚝만 한 물고기 한 마리가 물 위로 솟았다가 텀벙, 하면서 아침 인사를 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부남면 도소마을 앞을 흐르는 물, 금강이다. 상쾌한 공기를 헤치면서 물소리에다 발걸음을 얹는다. 강물을 따라 흐른다. 무주 금강 마실길.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무주읍 서면마을까지 강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19Km. 유평교(잠수교), 대문바위, 부남면 소재지, 반딧불 탐사 지역, 벼룻길, 각시바위, 바위를 깎아 만든 짤막한 굴속 길, 밤송이마을, 굴암마을, 요대마을, 용포교, 세월교(잠수교), 서면마을. 숲길도, 마을길도, 강변 모래나 자갈길도, 자동차도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칠 줄 모..
2021.05.12 -
금강 맘새김길[무주]
2021년 5월 11일 화요일. 무주 향로산에서 그림 같은 풍경을 내려다본다. 강줄기에 둘러싸인 앞섬마을에서 연기 번지듯 비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 저기가 선경인가. 사람의 손으로 저런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한참을 서서 넋을 놓고 바라본다. 전라북도 무주읍 내도리 앞섬. 금강 물줄기에 빙 둘러싸인 앞섬마을을 육지 속의 섬이라고들 한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 영주 무섬마을이 그렇듯이. 홍천 금학산 위에서 보는 '산태극 수태극'도 그렇고, 육지 속 섬마을들은 건너편 산 위에서 볼 때 절경이다. 오늘은 비안개가 한몫을 거드니 금상첨화다. 예전에 바깥 세상으로 배를 건너던 자리에 지금은 시멘트 다리가 들어섰다. 무주 읍내 쪽이 전도교, 반대쪽 뒷섬마을로 건너가는 다리가 후도교이다. 뒷섬마을..
2021.05.11 -
지지리골[태백]
2021년 5월 6일 목요일. 함백산 지지리골을 헤매고, 탄탄대로 일부를 걷다. 지지리골: 강원도 태백시 황지동. 옛날에, 멧돼지를 잡은 사냥꾼들이 현장에서 불을 피우고, 돌판을 달구어 고기를 구워 먹곤 했단다.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소리를 따서, '지지리를 한다'고 했고, '지지리'를 하는 골짜기라서 지지리골이라고 했단다. 낭만적인 이야기인가. 골짜기 화전민들이 지지리도 못 살았기에 그렇게 불렀다는 말도 있다. 31번 국도에서 소도천에 놓인 함태교를 건너니 지지리골 입구다. 둘째 번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다가 왼쪽 골짜기로 들어선 것이 오늘 걸음의 하이라이트. 골짜기 초입 사방댐 안내판에 '지지리골'이란 말이 적혀 있긴 했지만, 길은 더 이상 흔적도 없다. 길이 왜 이 모양이지? 하면서도, 호기심을 누르..
2021.05.06 -
누렁이의 모정[창녕 개비리길 ]
개: 강(가) / 개(누렁이) 비리: 벼루, 벼랑 개비리길: 강가 절벽에 있는 길 / 개(누렁이)가 찾아낸 길. 2021년 4월 26일 월요일.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을 걷다. 남지읍 영아지마을에서 용산리에 이르는, 낙동강 가 벼랑길. 마분산 벼랑이다. 먼저, 용산리에서 마분산 산등성이로 길을 잡는다. 개비리길이 생기기 전에, 영아지마을과 용산리를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남강, 꽤 널찍하고 잘 정비된 수변 공원, 푸른빛 번지는 산과 들. 맑은 하늘 아래 맑은 풍경이 좌~악 펼쳐진다. 저 남강 물은 함양, 산청, 진주, 의령, 함안 지역을 이리저리 누비면서 흘러와 저렇게 낙동강 물과 어울려 하나가 되고 있다. 여기는 창녕군, 저 건너 남강 왼쪽은 함안, ..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