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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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국산[이천]
2023년 2월 16일 목요일. 하늘이 좀 흐리다. 눈이나 비 소식이 들리지만, 이천 지역에는 오는 둥 마는 둥 할 것이란 예보를 믿고 길을 나선다. 아니, 좀 오면 어떠랴. 오면 좀 맞지 뭐. 이천시 모가면 서경저수지 옆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운다. 가루눈이 날리는가 하더니 아주 잠깐만에 그친다. '마국산둘레길' 안내판 지도를 살피고 나서 걸음을 시작한다. 마국산: 이천시 모가면과 안성시 일죽면 경계에 있다. 마한의 산이라는 뜻이고, 마옥산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까지 산꼭대기에 검은색 말 동상이 있었고, 그 앞에서 산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20여 년 전, 산마루에 헬기장을 만드는 공사를 하던 중, 흙으로 빚은 말(토용 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모가면 주민 150여 명이 만세 시위를 벌인 곳'. '모가면..
2023.02.16 -
동학의 길[여주]
해월 최시형: 동학 2대 교주. 1827년 출생. 고아로 자라나 조지서(조선시대 종이 만드는 일을 담당하던 관서)에서 일하였다. 1861년 동학에 입교하였고, 1863년 수운 최재우의 뒤를 이어 동학 교주가 되었다. 동학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던 때에 관헌의 눈을 피해 포교에 힘썼고, 동경대전, 용담유사 등 경전을 발간하였다.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일본군에게 연달아 패함에 따라 영동, 청주 등지로 피신하였고, 원주에서 붙잡혀 서울로 압송되었다. 1898년 6월 2일 사형되었고, 6월 5일 이종훈 등이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치렀다. 지금 여기,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 산 136번지에 묘소가 있다. 2023년 2월 1일 수요일. 주록리 버스 승강장 옆 안내판 지도를 살피고 나서 걸음을 뗀다. 여주 '여강길' 중..
2023.02.01 -
파사성길[여주]
"여주 파사성은 남한강 동쪽에 있는 해발 230.4m의 파사산 꼭대기에 돌로 쌓은 성이다. 이곳은 한강의 수상 교통과 중부 내륙의 육상 교통을 통제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로서 이포대교 주변의 넓은 한강 유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성의 둘레는 1,800m이고..." 2021년 12월 30일 목요일. 여주 여강길 8코스, 파사성길을 걷는다. 이포대교 옆, 당남리섬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현수교를 건너고, 산으로 들어서서 파사성을 한 바퀴 돌고, 수호사-신내천-느네마을을 지나고, 나즈막한 산등성이 잠깐만에 처음 그 자리로 오는 길. 길을 살짝 덮은 정도이지만, 하얀 눈길이다. 산성은, 신라 파사왕 때(80~112) 쌓았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당시 이 지역은 백제 영역이었기에, 비슷한 이름 때..
2021.12.30 -
돼지 울음소리에[이천 도드람산]
돼지의 옛말 '돋'+울음+산=돋울음산>도드람산. 한자로는 猪鳴山(저명산).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다. 어떤 의원도, 어떤 명약도 효험이 없다. 이를 딱하게 여긴 탁발 스님께서 석이버섯을 따다가 다려 드리라고 했고, 어머니는 위독한 고비를 넘겼다. 효자는 석이를 찾아 험한 바위를 오르내렸고, 어머니의 병세는 차츰 나아졌다. 어느 날, 효자가 밧줄에 매달려 석이를 따고 있는데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상하게 여긴 효자가 급히 밧줄을 타고 올라와 보니, 돼지는 보이지 않고, 바위 모서리와의 마찰로 밧줄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효자의 지극한 효심을 가상히 여긴 산신령이 산돼지를 보내 효자의 목숨을 구하게 했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설악산 대승폭포 전설이 떠오른다. '대승'이라는 총각이 밧줄..
2021.11.25 -
한탄강주상절리길[포천]
주상절리는 '기둥 모양의 돌틈'이란 뜻으로 암석이나 지층에서 나타나는 기둥 모양의 평행한 틈(절리)입니다. 주로 용암이 분출되어 굳어진 화산암 지역에서 많이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뜨거운 용암이 분출하여 식을 때 부피가 줄어들면서 만들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단면이 6각형 모양을 이루며, 용암이 식는 환경에 따라 4~8각의 다양한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이나 제주도 해안 등에서 잘 발달되며, 내륙에서는 한탄강이 대표적인 주상절리 지역입니다. 절리는 형태에 따라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 외에 땅과 수평을 이루는 편상절리, 부채꼴 모양의 방사형절리 등이 있습니다. 하식동굴은 하천의 흐름에 의해 만들어지는 동굴로서 절리나 침식에 약한 부분이 깍여 나가면서 만들어집니다. 비둘기낭 하식동굴은 한탄..
2021.09.30 -
이름처럼 좋은 길[강화나들길11]
강화도. 서해 바다가 한강 물을 맞이하기 위해서 띄워 놓은 것인가. 강물과 바닷물 사이에 버티고 있는 섬. 인천광역시 강화군. 아득한 옛날부터 바닷물을 막아 농토를 일구고, 외침에 쫓긴 조정을 받아들이고, 외침의 관문이 되곤 했다. 2020년 11월 15일 일요일. 강화나들길 열한째 길, 석모도 바람길을 걷는다. 강화도 서쪽에 가까이 떠 있는 섬. 석포항(나룻부리항)에서 걸음을 뗀다. 왼쪽은 너른 갯벌, 오른쪽은 너른 들판. 갯벌과 들판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물이 빠진 갯벌이 참으로 넓다. 저 너른 들판도 옛날에는 바닷물이 드나들던 갯벌이었다는 얘기지.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이 이룩하는 어마어마한 일들에 놀라는 일이 많지만, 사람의 힘이란 참으로 엄청나다는 생각을 또 한다. 화려한 단풍 시절을 끝내고..
202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