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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대간[공주]
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공주대간을 걸었다. 공산성에서 볼 때, 공주 시내 건너편에서 구불거리는 산등성이를 그렇게들 부른다. 공주시 신관동에서 공주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옥룡정수장으로 오르는 길을 잡았다. 산등성이는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면서 구불거린다. 산등성이 양옆 비탈에 이불처럼 깔린 참나무 가랑잎 은은한 빛깔이 예쁘다. 리기다소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가랑잎이 푹푹 밟히는 산길이 즐겁다. 옥룡정수장-월성산(봉화대)-철마산-주미산(381)-지막곡산-우금티. 12Km쯤. 백제가 한강 유역에서 내려와 사비성(부여)로 옮겨가기까지 64년 동안 도읍하면서 남긴 사연들과 왕조의 멸망에 대하여, 그때 남긴 유물과 유적들에 대하여,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남은 흔적과 이야기들에 대하여, 동학농..
2021.12.11 -
큰산[음성]
행치재는 충청북도 음성군에 있는 고개다. 옛날에 고갯마루에 수백 년 묵은 살구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고갯마루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한강과 금강으로 갈라진다고 하여 한금령이라고도 한다. 속리산 천황봉에서부터 달려온 한남금북정맥은 행치재에서 큰산으로 급하게 올라간다. 낙동강, 한강, 오십천이 갈라지는 강원도 태백 삼수령, 금강으로 가는 물과 섬진강으로 가는 물이 갈리는 전라북도 장수 수분이고개를 생각한다. 속리산 천황봉 아래서 솟은 샘물은 한강과 낙동강, 금강으로 나뉘어 흐른다고 한다. '큰산'(510)은, 산 아래 마을에서 크게 보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에, 큰 난리 통에 다치거나 희생된 마을 사람이 없었던 것은 이 산의 큰 덕이었다고 하여, 클 보(普), 큰 덕(德)을 써서 보덕산, 난리가..
2021.12.08 -
이런대로 저런대로[경주 구미산]
사람 마음 속에 있는 하느님을 잘 모시라. 侍天主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 事人如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人乃天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경주 구미산(594)을 걷는다. 용담정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올라가 산마루를 거쳐 오른쪽으로 내려와 처음 그 자리로 오는 길. 이어서 골짜로 들어서서 용담정을 둘러본다. 가랑잎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 저벅저벅 소리가 난다. 바람결이 제법 쌀쌀하다. 겨울이 온 것이다. 용담정: 동학의 시조인 수운 최재우가 도[無極大道]를 깨친 곳으로 천도교 제일의 성지. 수운의 부친이 학사로 사용하던 곳이었고, 지금의 건물은 천도교 신도들이 성금을 모아 1975년에 준공한 것이라고 한다. 천도교는 손병희가 동학을 모태로 창시하였다고 한다. 손병희는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과 최시..
2021.12.02 -
돼지 울음소리에[이천 도드람산]
돼지의 옛말 '돋'+울음+산=돋울음산>도드람산. 한자로는 猪鳴山(저명산).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다. 어떤 의원도, 어떤 명약도 효험이 없다. 이를 딱하게 여긴 탁발 스님께서 석이버섯을 따다가 다려 드리라고 했고, 어머니는 위독한 고비를 넘겼다. 효자는 석이를 찾아 험한 바위를 오르내렸고, 어머니의 병세는 차츰 나아졌다. 어느 날, 효자가 밧줄에 매달려 석이를 따고 있는데 산돼지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상하게 여긴 효자가 급히 밧줄을 타고 올라와 보니, 돼지는 보이지 않고, 바위 모서리와의 마찰로 밧줄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효자의 지극한 효심을 가상히 여긴 산신령이 산돼지를 보내 효자의 목숨을 구하게 했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설악산 대승폭포 전설이 떠오른다. '대승'이라는 총각이 밧줄..
2021.11.25 -
정양늪과 대야성[합천]
2021년 11월 19일 금요일. 합천 정양늪 둘레를 한 바퀴 돌고, 2Km가 채 안되는 거리에 있는 대야성 산성터에 오르고, 황강마실길을 걷다. 서서히 아침 안개를 벗고 있는 정양늪 풍경에선 신비로운 기운이 번진다. 황강에 흐르는 물과 모래는 어쩌면 저리 맑고 깨끗한 것인가. 정양늪 둘레에선 장군의 주먹과 발자국 바위 전설이, 대야성 아래 황강 물가에선 함벽루가 한몫 끼어든다. 정양늪: 황강으로 흘러드는 아천의 배후 습지. 금개구리, 수달, 모래주사 등 희귀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포늪에 버금가는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야성: 부족국가 시절 변한 땅이었다가 대가야에 병합되었고, 큰 고을이라는 뜻으로 '대야성'이라고 했단다. 후에 신라 땅이 되었고, 백제의 칩입을 ..
2021.11.19 -
둘레길도 식후경[진주 까꼬실둘레길]
둘레길도 식후경. 먼저, 진주냉면 맛을 보자. 아침 10시. 식당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육수와 면, 육전과 쇠고기 편육과 삶은 달걀과 오이와 무 등 푸짐하고 군침도는 고명.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어떤 맛이냐. 무지하게 맛있다. 흐뭇한 입을 훔치고, 흐뭇한 배를 두드리면서 까꼬실둘레길로 간다. 까막고개를 몇 개 넘어야 마을이 나타난다고 하여 '까꼬실'이라고 했단다. 그만큼 산골 오지라는 얘기다. 그래서이겠지. 임진왜란 때 진주목 관아가 난리를 피해 이 산골로 들어왔었다고 한다. 加耳谷里, 佳耳谷里, 加伊谷面, 加貴谷面. 옛 기록들에 나타난 이름들이란다. 아마도 '까꼬실'이란 우리말을 이두식으로 표기한 것들이리라. '귀곡동'이라는 이름은 1973년에 정했다고 한다...
202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