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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도 남산이[청양 남산녹색둘레길]
청양에도 '남산'이 있다. 서울에도 있고, 충주에도 있고, 경주, 천안, 괴산 등지에도 있는 것처럼. 앞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고을의 남쪽에 있기에 '남산' 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니와, 와서 보니, 청양의 남산도 청양 읍내 앞에, 남쪽에 솟아 있다 2021년 11월 11일 목요일. 충청남도 청양군 남산 둘레를 걷는다. '남산녹색둘레길'이라고 하는 길이다. 지천을 따라 흐르는 '지천생태길', 남산 산속을 헤집는 '녹색길', 벚나무 가로수길과 함께 가는 '벚꽃길', 탄정리 마을을 지나고 대치천을 따라 처음 그 자리로 이어지는 '고향길', 하여 14Km쯤 되는 길이다. 지천과 대치천이 만나는 청양 읍내 어귀에 있는 지천생태공원에서 걸음을 뗀다. 장곡사가 자리한, 칠갑산의 긴 골짜기를 ..
2021.11.11 -
호태가 호태산에 [공주 호태산]
1,500여 년 전에 백제 왕국의 도읍이었고,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있었으며, 동학농민혁명전쟁의 막바지 전투가 치열했던 곳. 아득한 옛날부터 대대로 쌓인 유물과 유적, 이야기들이 널려 있는 곳. 공주. 2021년 11월 4일 목요일. 오늘은 호태산을 찾아 산길을 걸으면서 머리를 식힌다. 공산성에서 금강 건너편에, 공주대학교 신관캠퍼스에서 길(무령로) 건너편에 있는, 야트막하고, 덩치도 작은 산이다. 산속에 자리한 수자원공사로 오르는 길가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푯대봉(138)을 넘었다. 무령로로 내려선 다음 금강대교 건너 공주시내에서 요기를 하고, 강을 도로 건너 와서 다시 산에 오른다. '공주 신관리 석실고분'(충청남도 기념물 제7호)를 들러보고, '호태산 전망대'에서 말없이 흐르는 금강과 물 건너에 펼..
2021.11.04 -
어떤 소원을 빌까[거창 우두산]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 할 정도로 우뚝한 돌부리가 뛰어난 산이다. 산 아래에, 신라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이 있고, 신라 때 창건한 고견사가 있고, 최치원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고, 가정산폭포, 낙화담, 가마소 등 명소가 널려 있다. 의상봉 안내판에 적힌 설명문의 내용이다. 쌀굴에서는 꼭 두 사람이 먹을 만큼의 쌀이 나왔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전설을 가진 산속 절집들이 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21년 10월 29일 금요일. 거창 우두산에 오르다. 고견사 주차장-견암폭포-고견사-의상봉(1,038)-상봉(1,046)-마장재-Y자형 출렁다리-주차장. 지난달 어느 술자리에서 한 약속이다. 어떤 경우이든 약속이 있으면 반드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2021.10.29 -
교룡산성[남원]
불도를 좋아하십니까? 예, 좋아합니다. 그런데 왜 중이 되지 않으셨소? 중이 아니고도 불도를 깨닫는 것이 좋지 않겠소? 그럼 유도를 좋아하십니까? 유도를 좋아하지만 유생은 아닙니다. 선도를 좋아합니까? 선도를 하지 않지만 좋아는 하지요. 아니, 뭡니까?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이, 아무것이나 다 좋아한다고 하니,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스님께서는 두 팔 중 어느 팔을 배척하고, 어느 팔을 사랑하시는지요? 예, 알겠습니다. 몸을 사랑하시는 분이시군요. 오직 우주의 원리를 좋아할 뿐입니다. 경주 용담정에서 도를 깨친 수운 최제우가 조정과 유림의 박해를 피해 은적암에 머물던 어느 날 노승이 찾아왔었단다. 수운은 교룡산성 안 선국사 뒤쪽 덕밀암을 수리하여 은적암이라 이름하고 머물면서, 동학 사상의..
2021.10.21 -
꽃섬[여수 하화도]
2021년 10월 20일 수요일. 여수시 하화도를 한 바퀴 돌다. 아침 여덟 시, 유선생님과 함께 백야도 선착장에서 배에 오르다. 아니, 바닷물이 이렇게 잔잔할 수가 있나. 사방 여러 개의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바다가 아니다. 아주 널따란 호수다. 배는 제도와 개도를 들렀다가 9시 좀 못 되어 하화도에 도착했다. 지척에 보이는 섬이 상화도란다. 화도, 곧 꽃섬은 두 개의 섬이 이웃해 있어 상화도, 하화도로 불리는 것이다. 하화도 선착장에 마을 유래비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인동 장씨 가족이 피난을 가다가 동백꽃과 성모초, 진달래가 만발한 이 섬을 발견하였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정착하였단다. 한편, 이순신 장군이 전선을 타고 봇돌바다를 향해 가다가 꽃이 만발한 이 섬을 보고 花島(꽃섬)라고 이름을 지었..
2021.10.20 -
금전산과 낙안읍성[순천]
2021년 10월 19일 화요일. 금전산에 오르고, 낙안읍성을 한 바퀴 돌다. 아침 11시쯤, 순천시 낙안읍성 주차장에서 유 선생님을 만나 함께 버스를 타고 두어 정거장 거리에 있는 불재에서 내렸다. 금전산 산길로 들어선다. 그간의 회포를 풀어내면서, 세상에 더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더없이 느긋한 걸음을 옮기다. 쉬엄쉬엄, 사부작사부작. 좋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사방이 훤하다. 황금빛 더해가는 낙안 들판이 참으로 예쁘게 내려다보인다. 굴이라고 하기엔 뭐한, 돌부처를 모신, 야트막하고, 깊지도 길지도 않은 바위틈 앞에 '구능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저쪽 금강암 바유문에 있는 바위샘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하면서 읽어 본다. 옛날에, 처사 한 분이 이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 ..
2021.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