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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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빛에 젖고 물소리에 빠져[삼탄 - 봉양]
산줄기는 겹겹이 엮이어 하늘 아래 아득하고 굽이치는 골짜기엔 냇물소리 기운차다. 2007년 10월 7일 맑음. 며칠 전 정암길을 걸으면서 보아 둔 길. 정암 마을에서 명암 쪽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궁금하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하늘은 맑다. 그래, 한번 가보자. 길바닥에 떨어진 알밤 몇 개를 내가..
2008.02.27 -
정암길
물빛은 호수 가득 도도하고 산은 검푸른 그림자를 물결 위에 띄운다. 높은 산자락이 깊은 물가에 다다르니 나뭇가지들이 물속 고기 떼를 희롱한다. 호수에 가득한 물이나 산에 우거진 숲이나 가을 준비에 골몰하여 말이 없네. 물가에도 산속에도 길은 이어지고 쉬엄쉬엄 나그네는 오늘도 ..
2008.02.27 -
지나밥골
2007년 추석 이브. 산은 검은 몸짓으로 곡선을 그리고 허공은 달빛을 받아 교교한데 한 나그네가 발길을 멈추고 문을 두드린다. 매현에서 궁골을 지나, 서낭고개를 넘고, 소용골 입구 못미처에 예전에 없던 집이 한 채. 뜻밖의 객을 맞아 당황하는 사람들은 근 십 년 전에 낙향하여 복숭아 ..
2008.02.27 -
笑而不答心自閑[민주지산]
“왜 산에서 사느냐고 묻지만 한가로이 웃을 뿐이로다.” 問余何事栖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李白 山中問答)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을 뿐이로다. 2007년 9월 22일. 놀토로부터 시작되는 닷새 동안의 추석연휴 첫날을 민주지산에서 보낸다. 높은 산에 올라 능선과..
2008.02.27 -
미사모 방학식
하늘에 떠도는 구름에도 나뭇잎 사이로 부는 선들바람에도 숲 속 축축한 흙에도 물기가 서려 있는 장마 끄트머리. 이마에서 송골송골하던 땀방울은 비지처럼 흘러 온몸을 적신다. 여름방학맞이 남산―계명산 종주산행 유 이 신 이 임 이 김 이 차 임 (전) 자연스럽게 미사모 연례행사가 되었다. 금릉초..
2008.02.27 -
여름에는 산[구병산]
구병산은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사기막 마을 바로 뒤에 정말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해발 높이 876.5 미터. 옆에는 진짜 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시루봉이 단정하게 서서 여유를 부리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서, 바위바닥 위를 흐르는 맑은 시냇물을 보면서 숲 속으로 들어서자 까치수영 몇 줄기가 하얀 웃..
2008.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