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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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월악산]
추적추적 초가을 비. 뚜벅뚜벅 나그네 걸음. 요 며칠 좀 심란하다. 가을인가? 비가 좀 뿌리는 아침, 망설이다가 길을 나선다. 송계마을에서 비옷을 입는다. 길이 나무숲으로 빨려 들어가는 곳에서 비옷을 벗는다. 자박자박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이리저리 산을 헤집고 다니는 바람소리에 실려와 ..
2008.02.27 -
새재
2006년도 여름. 7월 22일. 엊그제까지 쏟아진 장맛비로 온 나라가 물난리다. 강원도가 짓밟혔고, 중부지방, 남부지방 곳곳이 물에 잠기고, 길이 끊어지고, 사람들이 물에 떠내려가고, 마을들이 산사태에 묻혔다. 이레 만에 해님이 얼굴을 내민다. 8월 말로 정년(停年)을 맞는 분과 함께 문경새..
2008.02.27 -
바람 맞으러[소백산]
아 ! 이 바람을 맞으러 왔다. 이미 쌓인 눈까지 가루로 만들어 험악하게 흩뿌리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발을 이리저리 몰아붙이면서 씽씽 울어대던 바람. 처음에는 얼굴을 빨갛게, 다음에는 코끝을 하얗게 얼려버리던 바람. 걸음도 떼지 못하게, 몸조차 가누지 못하게 하던 소백산 칼바람. 지금은 죽..
2008.02.27 -
6월은 산딸기가 익어가는 시절[문수봉]
잎새 뒤에 숨어 숨어 익은 산딸기 지나가던 나그네가 보았습니다. 딸까 말까 망설이다 그냥 갑니다. 잎새 뒤에 몰래 몰래 익은 산딸기 귀엽고도 탐스러운 그 산딸기를 차마 차마 못 따 가고 그냥 갑니다. ― 산딸기 / 강소천 작사 정세문 작곡 6월은 산딸기가 익어가는 시절이다. 먼저 덩굴딸기가 익고, ..
2008.02.27 -
두항리에서
아! 저거이 제비봉 저 건너는 말목산. 오목한 하늘 안고 사는 두항리 마을. 옛날 어느 장수가 한 발은 제비봉에 한 발은 말목산에 디디고서 강물을 마셨단다. 저 물 건너에 두향이 묘. 두항리 마을에서 태어난 두향은 풍류 도반 퇴계를 연모하여 강선대 아래 유서를 묻었단다. 충주에서 술..
2008.02.27 -
둥지봉
때 아닌 눈이 펄펄 내린다. 전 선생님들이 모여 새 학년 업무분장을 발표하는 자리. 창밖으로 펄~펄 봄철 눈이 내린다. 옥순봉 건너편에 둥지산이라고 있다는데, 저렇게 눈발이 날리는 지금 거기 풍경을 어떨까. 괜히 술 취한 듯한 기분에 한 잔 하고픈 분위기다. 어수선한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칠금동..
2008.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