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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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월악산, 금봉산]
2월 24일 월악산 아래 통나무집 앞. 싸한 아침에 얼어붙은 산길로 들어선다, 임랑과 함께. 보덕암을 지나면서 아이젠을 꺼내 싣는다. 부는가 싶던 바람이 자고 햇살이 퍼진다. 걷는 열기에 겉옷을 하나 벗는다. 두껍게 쌓인 눈길을 오르고 올라 월악산 영봉. 하늘이 맑아 조망이 좋다. 발 밑 하얀 눈에 푹..
2008.02.27 -
정월 초하루 옛길[매산-달은터-풍동-모시래-연수동]
정월 초하루.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눈다. 고향이라 마을길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옛 명절을 그려본다. 옛날 그 하늘 그 산천이로되 설맞이 풍경은 그게 아니어라. 이 집 저 집 무리지어 오가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나? 숲과 내와 고샅길도 달라졌는가? 허허로운 가슴 한쪽을 ..
2008.02.27 -
그런 길
길이 있다. 목적지는 저기에 훤히 보이는데 가다보니 길이 끊긴다. 하늘을 보고 방향을 잡아 본다. 아니, 옛길 흔적이 있어 짚어 가 본다. 이리저리 방황도 한다. 믿는 것은 저기 능선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뻔한 계명산이라는 것. 믿었던 임도는 묘연하고 길은 희미하고 비탈이 심하고 낙엽이 깔려 미..
2008.02.27 -
그냥 걸었다[목도매운탕]
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목도 매운탕을 먹으러 간다. 걸어서 간다. 09:30. 광진리에서 출발한다. 조곡마을을 거쳐 지문이 다리를 건널 때까지 안개가 해를 가린다. 저 산 나뭇가지들은 흐르는 안개를 붙들어 하얗게 앉혀놓고 있다. 다리를 건너니 해님이 희멀건 모습으로 늦은 인사를 ..
2008.02.27 -
나만 생각한다?[계룡산]
12월 16일 아침, 계룡산 동학사 입구. 길가에 늘어선 상가 앞엔 김이 무럭무럭 나는 양은솥에 꼬치어묵이 잔뜩 꽂혀 있고, 주인 아낙들은 주차장에서 나오는 등산객들을 불러댄다. “따끈따끈한 오댕 있어요.” “추운데 동동주 한잔 딱 하시면 몸이 훈훈해 집니다.” “이리 오세요.” 동동주는 길에서..
2008.02.27 -
천등산 임도
사방으로 내리뻗은 산줄기들과 골짜기들이 산의 품을 넉넉하게 펼쳐 놓는다. 단풍 잔치 한 바탕을 요란하게 치러낸 자리엔 앙상한 가지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흔들흔들. 임도는 굽이굽이 구불구불 아스라하고 유연자적 나그네는 길 따라 흘러간다. 아! 산을 감싸고 있는 이 기운. 서늘한 ..
2008.02.27